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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3) 뚱뚱한 사람은 인격이 훌륭하다

옛날에는 배가 나온 사람을 가르켜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지지난 글에는 체질량지수(BMI)로 비만을 구분한다는 설명을 했다. 그런데 이 체질량 지수가 효과적으로 비만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다음의 그림을 보자.



Source: health.howstuffworks.com


위의 두 사람의 키는각각 6피트 (약 183cm), 몸무게 250파운드 (약 113kg)로 동일하다. 그래서 체질량지수(BMI)도 33.9로 똑같다. 그런데 왼쪽은 멋진 근육질 몸매의 사람이고 오른쪽은 뚱뚱한 사람이다. 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실생활에서 볼 수도 있는 경우이다. 체질량 지수가 33.9이면 비만에 속하는데, 이 두 사람을 동일하게 비만이라 말할 수 있을까?


란셋이라는 되게 유명한 저널에 Abel Romero-Corral 박사와 연구진이 2006년에 논문을 하나 발표했다. 이 논문은 (체질량지수로 구분한) 비만과 사망, 그리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관계에 대한 연구였다. 그런데 이 연구에 따르면, 놀랍게도 과체중(BMI 25--29.9)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망률과 심혈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정상에 속하는 사람보다 낮았고, 비만(BMI 30--35) 에 속하는 사람들은 사망률과 심혈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과 관계가 없었다. 초고도 비만 (BMI≥35)에 속하는 사람들도 사망률과는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심혈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에서는 큰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저체중도 역시 사망률과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체중의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고, 비만과 사망률은 상관관계가 없다라는 충격적인 발표였다. 이 연구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이 연구가 단 한번의 연구가 아니라 25만명이 참여한 40편의 연구를 종합해서 비교 발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연구도 많지만 이 연구를 가지고 한가지 추론을 해본다면, 체질량 지수로 측정하는 비만의 구분이 정확하지 않거나 체질량 지수 이상의 무엇 (혹시 인격?)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체질량 지수는 주지하다시피 키와 몸무게로 측정하는 것이다. 키나 몸무게 한가지만으로는 그 사람의 건강상태나 신체의 특징을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 나간다고 해보자. 아마도 아주 뚱뚱한 사람일 거라는 상상을 하기가 쉽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만약 키가 187정도라고 하면 뚱뚱하기 보다는 균형이 잘 잡힌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와 몸무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흔히 키와 몸무게는 한 세트로 같이 간다.


그런데 키와 몸무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일반적으로 키는 유전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어 느정도 타고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 집안의 키가 큰 사람이 많다면 그 집안에 새로 태어난 아기도 키가 클 것이라는 말을 흔히 하고, 반대로 한 집안에 키가 작은 사람이 많다면 그 아기는 아마도 키가 작을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편이다. 만약 키가 작은 사람이 많은 집안의 아이가 자라서 키가 크면 사람들은 아마 외할아버지나 8촌 당숙, 혹은 먼 친척 중에 키가 큰 사람이 있다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런데 키가 큰 사람들에게 특별히 키가 크기 위해 무엇을 했냐 라고 물어보면 가끔 콩나물이나 우유, 혹은 곰탕을 많이 먹어서 키가 큰 것 같다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콩나물이나 우유, 곰탕을 거의 잘 먹지 않고도 키가 큰 사람들도 주변에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세상에 특별히 키가 크는 방법, 운동, 음식이라고 알려진 것 중에서 검증된 것은 거의 없다. 만약 그것이 실제로 키를 크게 할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의 키가 작은 사람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키가 크거나 작은 것에 어떤 방법이 있는게 아니다. 키는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다.


몸무게도 그러한가? 한 집안에 마른 사람이 많이 있으면 새로 태어난 아기가 마를 가능성이 많을까? 반대로 한 집안에 뚱뚱한 사람이 많으면 그 아기는 뚱뚱할 가능성이 높을까?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흔히 우리는 몸무게는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적게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몸무게는 다이어트와 운동이라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던가? 물론 살을 빼고 몸무게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흔히 다이어트 광고 전단지에 나오거나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 필자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단 둘뿐이라고 말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절대 쉽게 가능하지는 않다. 만약 정말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면 세상에 뚱뚱한 사람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은 안다. 다이어트만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노력과 관리로 가능하지 않은 그 이상의 영역이 몸무게에는 존재한다. 

우리 지혜로운 선조들은 배를 나온 사람을 두고 인격이 훌륭하다 라고 했다. 배가 나오고 뚱뚱한 사람은 보이는 것 너머의 인격이 훌륭한 사람인 특별한 이유가 혹시 있는 것일까? 타고난 인격이 뚱뚱한 사람에게만 혹시 있는 것일까? 지금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본인의 인격을 측정해 보시라. (계속)



*지난 글에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필자의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몇몇 분들이 이메일과 댓글로 성원을 보내기도 하고, 원성을 보내기도 했다. 그 중에 필자 블로그의 한 댓글과 필자의 답변을 우선 소개해 볼까 한다. 댓글의 내용은 필자와 동생이 기초대사량이 다르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낮은) 필자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고, (기초대사량이 높은) 동생은 치맥을 야식으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이라는 요지였다. 그에 대한 필자의 답글을 소개하면, "기초대사량의 차이로 볼 수 도 있겠지만... 기초대사량이 비슷하다고 가정해서 논리를 전개시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비슷한 운동량과 비슷한 생활환경에 있는 (저와 제) 동생의 예를 들었습니다.) 기초대사량이 좋은 설명이 될 수는 있겠지만 모든 걸 다 설명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글은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sanggon-nam/story_b_5115789.html?utm_hp_ref=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