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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2) 물만 마셔도 뚱뚱해진다.

필자는 두살 아래 남동생이 있다. 형보다 나은 동생이 없다고 했던가, 나는 동생보다 키는 아주 조금(?) 크고, 몸무게는 무척(?) 더 나간다.  이른바 흔히 동생은 '정상'이라고 불리는 사람이고 나는 어려서부터 '인격'이 훌륭했던 사람이다.  근데 나는 좀, 아니 많이 억울하다.  태어날 때, 우리는 각각 비슷한 몸무게로 태어났고, 거의 같은 환경에서 거의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같이 쭉 자라왔다. 운동도 비슷하게 했고, 활동량도 그리 차이가 없었다.  근데 동생은 참 잘 먹고 폭식도 많이 한다.  물론 필자도 가끔 한다.  하지만, 필자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먹고, 야식도, 치맥도 거의 매일 한다.  술도 훨씬 자주 많이 마신다.  그런데 왜 나는 아담(?)하고 동생은 '정상'인 것인가?  


필자가 이렇게 억울해하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숨겨놓고 먹는게 있는거 아녀요?"

"동생분이 운동을 더 많이 하고, 활동량이 훨씬 더 많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설마...  잘 생각해 보시면 동생분 보다 더 많이 드시고 있을 거여요."


그러면 필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말할 수 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억울하다!"


이런 필자의 억울함은 몇몇 의사선생님들에 의하여 더욱 가중된다.  

"살이 찌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소모되는 칼로리가 적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게 드시고 (칼로리를 적게 섭취히사고), 많이 운동하십시오 (칼로리 소모를 많이 하십시오).  그러면 살은 반드시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이 과외나 학원은 일체 다니지 않고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에 충실했다고 하는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러면서 다시금 되물어본다. 정말 그런가?  내가 동생보다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고, 칼로리를 적게 소모해서 더 뚱뚱한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다. 정말로 동생은 이른바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고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한점의 생선회가 잠시 생각나기는 하자만)...  부끄러움은 없다.  


살을 빼기 위해서, 저 교과서 같은, 수학공식 같은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보다 나가는 칼로리를 많게하면 살이 반드시 빠진다' 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필자는 평생 수많은 다이어트를 해 보았다.  그 결과는 언제나 동일했다.  잠시 몸무게가 빠지는 듯 싶었지만, 길면 3개월, 반드시 본래의 몸무게로 돌아오곤 했다.  내가 다이어트를 해서 살이 조금 빠져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본래의 몸무게로 돌아오는 것과 내 동생에 밤에 치맥을 먹고 살이 좀 쪄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동생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오는 것, 모두 같은 요요현상이다.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쪘고, 동생은 밤에 치맥을 먹어도 살이 빠졌다. 


물론 중간에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멈춘 것도 있었지만, 잠정적인 필자의 결론으로는 살을 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고 힘들고 드문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종 다이어트 상품에 나온 다이어트 수기와 변신사진(?)을 보며 감탄하는 것이다.  그것이 힘들고 드문 일이니까... 실제로 필자의 수많은 주변의 지인 중 뚱뚱했던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단 둘이다.  살을 빼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고 어렵다. 그만큼 어렵고 드물고 힘든 일이니까 기사가 되고 화제가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하다.  정말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하는 사람만 뚱뚱한가?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은 없는가?  물론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사람이 살이 찐다. 그런데 이것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까?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칼로리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독자들의 생각과 독자들의 경험이 정말 궁금하다.  필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면 나누어주시라. 


가정은 이것이다.  동생과 나는 각각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기 전에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자라왔다. 하지만 체질인지 아니면 몸속의 특수작용인지 잘 모르겠지만 살이 찌는 경향은 전혀 달랐다.   이른바 삶의 환경이 비슷했지만 그 결과를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핵심은  유전(Nature) 이냐? 환경(Nurture) 이냐? 에 있다. (계속)



*이글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sanggon-nam/story_b_5053444.html?utm_hp_ref=korea  




사진출처: http://homoludentic.tistory.com/3960 (쥬비스), 애프터 스쿨의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