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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고향보다 낯선......

외국에서 사는 이민자에게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이 몇가지 있다. 예를 들어 모국어가 아닌 언어의 사회에서 외국어로 살아가는 경험, 내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경험, 무엇보다 10, 20년이 넘게 살아도 여기가 평생의 터전같지는 않은, 어딘가 아귀가 맞지않은 익숙하지 않은 느낌으로 일상으로 사는 경험 같은 것들이다. 그중 정말 독특한 경험은 가장 익숙한 모국을  외국처럼 잠시 방문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다가 한국에 잠시 방문하는 경우는 정말 특별하다. 여행을 가는 같은데 여행이 아니고, 낯설지 않은 곳인데 낯설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인데 여전히 거리가 멀다. 내가 아는 거리, 내가 아는 동네   버스를 혹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알고있고, 여전히 명동과 강남역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있고, 그것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뭐가 다른 사소한 여러가지가 나를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만든다.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같은 언어이기에 100프로 알아듣지만, 그게 요즘 한창 방송중인 광고의 이야기인지는 알아채지 못한다.  여전히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도 않는 그런 어정쩡함 때문이다.

 

미국내 다른 도시, 혹은 완전히 외국으로 가는 여행이나 출장은 패턴이 정해져 있다. 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빌려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하고, 거기서 예정한 휴가를 보내거나 학회에 참여한다. 도시의 유명한 곳들을 관광객이 되어 방문하고, 유명하다는 음식을 사먹고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았다는 약간의 정복감과 뿌듯함에 다음엔 어디를 가볼까로 마무리를 한다.

 

하지만 한국으로의 짧은 여정은 완전히 다른 패턴이다. 나는 한국을 알기에 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로 입성한다. 내가 아는 반포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부모님댁으로 익숙하게 이동하고, 바가지요금을 쓰지도 않고, 모르는 것은 내가 너무나 정확한 발음과 억양으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있다. 내가 꿈에서도 지리에 익숙한 은마상가에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순간이다. 이런 경험은 정말 묘하다.

 

한국에 오면, 병원에 가고, 안경을 맞추고, 친구를 만나고, 12시가 넘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익숙한 곳에서의 낯선 경험이 그리워서 나는 그렇게 한국에 간다. 나중에 내가 한국에 돌아와 살게될때, 미국에서 내가 살던 곳에 방문하면 이런 기분이 날까?  그건 분명히 아닐거라 확신하다. 그건 그때도 내가 이방인이었고, 지금도 내가 이방인이니까 그럴 것이다. 나는 지금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고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 설레이면서도 뻔한 나는 그렇게 한국에 가고 있다.

 

September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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