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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7) 뚱뚱한 사람이라고 오래사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에는 "약간 뚱뚱한 사람이 오래산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요지는, 체질량지수 (BMI)가 정상인 사람보다 과체중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장수한다는 연구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필자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뚱뚱한 사람이 건강하다' 혹은 '몸무게는 어느정도 타고난 것이다'를 지지해 주는 기사내용이라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니 약간의 염려가 생기기도 한다. 뚱뚱한 사람이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이 기사에서는 두 가지의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있다.


우선, 여기서 사용한 체질량 지수의 기준은 이른바 아시안 기준의 체질량지수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체질량지수 18.5-25를 정상, 25-30을 과체중, 30이상으로 비만, 35이상을 고도비만으로 구분하는데, 이 연구에서는 20미만이면 정상, 23-25를 과체중, 25를 비만, 30이 넘으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했다. 아시안기준의 체질량 지수가 과연 아시안에게 정말 타당한 기준인가 우선 문제가 된다. 아시아는 너무나도 큰 대륙이기도 하고 너무나도 다양한 인종들이 분포하고 있어서 이렇게 아시안적 체질량지수가 과연 일괄적으로 아시안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도 회의적일 뿐더러, 최근의 아시아사람들의 체형은 이른바 서구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이러한 아시안만의 기준을 따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와 반론등은 확립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논문에서 주장하는 가장 오래사는 사람이라는 가벼운 비만은 25.1 - 27.5는 보편적 체질량지수 기준에서는 거의 정상에 가까운 사람들이고, 그 다음 오래 사는 과체중의 기준은 보편적 기준으로는 정상인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과연 아시안만의 체질량지수가 이론적으로 임상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보편적 체질량 지수의 정상범위에 있는 사람들을 약간 뚱뚱하거나 과체중이라는 '아시안적 기준' 으로 말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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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이러한 연구들은 보통 연구대상자의 사망률을 바탕으로 조사하는데, 사람의 전생애를 추적하는 연구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에 보통은 그 추적기간이 짧은 편이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기간도 평균 9.2년이라고 이야기하는데, 9.2년이 짦은 연수는 아니지만 평균수명을 기준으로는 볼때는 그리 긴 기간이 아니다. 또한 9.2년동안 추적한 연구라는 이야기는 연구의 대상자가 이미 중년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라고 볼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사망률을 바탕으로 연구는 보통의 일반적인 대상으로 한 연구라기 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노인학의 연구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다.


노인학에서는 selective survival (선택생존?) 이라는 개념이 있다. 노인들의 사망률을 대한 연구에서 이 개념이 처음 소개되었는데,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75세 이상 노인들의 사망률은 오히려 흑인이 백인보다 낮다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백인의 사망률이 흑인에 비해 무척이나 낮은데 유독 75세 이상 노인에게는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은 흑인노인들이 전반적으로 백인노인들보다 건강해서가 아니라, 샘플 (75세 이상 노인) 자체가 건강한 흑인노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5세 아니 75세까지 죽지않고 살아온 흑인이라면 평균적 흑인보다 무척이나 건강한 노인들이고, 이미 몸이 약하고 아픈 흑인들은 75세가 되기 전에 이미 다 사망했기에 그 샘플에는 흑인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노인들이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그러한 건강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에 사망률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고, 그러기에 이것을 근거로 사망률을 논하는 것은 늘 한계가 있다.


보통 노인학에서 사망률에 대한 연구를 하면 이미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것은 거의 정설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서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이 젊었을때부터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고 가정할 수는 없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면, 자연스레 근육량이 줄어들고 지방이 증가하기 때문에 체질량지수도 따라서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젊어서 체질량지수가 정상범위에 있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서 몸무게가 큰 변화가 없더라도 근육량의 감소와 지방의 증가로 인해 체질량지수가 과체중으로 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젊어서 고도비만이었던 사람은 노인이 되기 전 이미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먕률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에는 노인들의 사망률이나 장애를 예상할때에는 체질량지수 보다는 오히려 허리둘레가 더 유효하다라는 연구들이 많다.

이렇게 아시안적 기준의 체질량지수의 문제점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한계 때문에 이 기사만 가지고 '약간 뚱뚱한 사람이 오래산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이글은 허핑톤포스트코리아에 동시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