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 마지막에 왜 세계는 갈수록 뚱뚱해 지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인의 경우만 봐도 평균몸무게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몸무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키도 증가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신문 2004년 11월 30일, '한국인 체형 25년간 얼마나 변했을까' 기사
1979년도의 20대 남자의 평균키가 167.4 cm였지만 2004년의 평균키는 173.2cm에 이르른다. 20대 여성의 경우도 155.4cm에서 160.0cm로 증가했다. 몸무게도 물론 남녀가 각각 61.0 kg 에서 69.8kg (남자), 51.9kg에서 54.1kg로 증가했다. 그러므로 키가 몸무게가 동시에 각각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키는 몸무게에 비해 더욱 고정적이어서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무게의 증가가 더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노화가 되면서 신체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다루어 보기로 하자. 어쨌든, 요지는 뚱뚱해지고 있다고 해서 몸무게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키도 같이 크고 있는, 즉 신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자일 수록, 운동을 자주 할 수록, 좋은 식단의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록 건강하다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도 그리고 학문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종교성이 있을 수록 건강하다라는 명제도 마찬가지다. 종교성이 있다라는 말은 조금은 모호하기에 교회나 절, 사원에 자주 다닐 수록 건강하다라고 바꾸어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교회나 절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건강하다는 것은 오랫시간 동안 연구를 통해서 탄탄하게 뒷받침 되어온 명제이다. 아무래도 종교생활을 통해 평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어,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교회나 절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뚱뚱할까 아니면 날씬할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학문적으로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보통은 교회나 절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뚱뚱한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조금은 역설적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교회나 절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이 열심히 다니지 않는 사람들보다 건강한데 뚱뚱하다? 뚱뚱하다는 것은 건강이 나쁜 것이라고 흔히 여겨지는데, 어떻게 뚱뚱한 사람이 건강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계속되고 있는 필자의 주장인 ‘뚱뚱하다는 것이 건강이 좋고 나쁨의 기준이 아니다’ 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뚱뚱하지만 건강할 수도 있고, 날씬하지만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의 기준은 각종 영양소가 고루 분포된 균형잡힌 식단으로 식사하고, 운동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평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습관이다. 물론 뚱뚱하고 비만인 사람이 각종 성인병의 위험성이 마른 사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뚱뚱한 것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뚱뚱하면서도 위의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고 살아가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고 이것은 여러가지 학문적 연구로도 증명되고 있다. 다시 강조하면, 몸무게가 무겁고 뚱뚱한 것이 건강이 나쁜 것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위의 종교성을 가진 사람이 건강하다는 명제의 효과적인 설명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회심리학에서는 종교생활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 각종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를 완충 (buffer)하기에 건강할 수 있다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존감이나 자기 긍정성이 높은 편이기에 비만하고 뚱뚱한 것에 대하여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종교, 그중에서도 개신교에는 다른 나라의 개신교와 달리 이런 건강과 비만에 대해 독특하고 괴상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 몇가지의 성경 말씀에 대한 이상한 해석 때문이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로마서 12장 1절)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고린도 전서 6장 19-20절)
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신체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니 거룩하고 깨끗하게 하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기 때문에 보기좋고 날씬한 것으로 확대해석 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만하고 뚱뚱한 신체보다는 식스팩이 있거나 S라인의 몸매가 더욱 하나님의 성전이기에 적합하지 않겠냐는 논리인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정말 터무니 없이 말도 안되는 주장이지만, 생각보다 교회에서는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먹힌다. 그래서 뚱뚱하고 비만한 사람들에게 이 성경구절을 들이밀며 하나님의 성전인 너의 몸을 보기좋게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라 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여기에 저번 글에 언급했던 뚱뚱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합세해서, 뚱뚱한 사람은 자기절제가 부족하고 게으름 사람이기에 하나님의 성전인 몸으로는 합당하지 않다라는 괴이한 한국적 성경해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교회를 다니지만, 만약 하나님이 비만하고 뚱뚱한 사람의 몸은 하나님의 성전이 아니라고 차별하고, 식스팩 있고 S라인 몸매의 사람들의 몸만 성령의 전이라고 하고 영광받으신다면 , 그런 하나님은 믿고싶지 않다. 비록 내 몸이 키크고 얼굴작고 식스팩있는 도매니저 같지는 않지만, 얼굴 좀 크고 배 좀 나왔다고 해서 그것으로 하나님이 나를 판단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내 고교후배인 김수현보다 못할 건 또 뭔가? -.- (계속)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에 코리아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위의 건강과 비만, 종교성에 대한 내용은 필자의 논문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 제가 조금 무리했는데... 이해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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