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비만은 체질량지수라고 하는 BMI (Body Mass Index)라는 것으로 구분한다. 단위는 kg/m2로,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즉, 분자인 몸무게가 크면 BMI가 높고, 분모인 키(부피)가 크면 BMI가 작아지는 것이라고 초단순화 시켜 말할 수 있다. 이 링크에서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넣어보면 자신의 BMI를 알 수 있다.
한번 확인해 보셨는가? 본인은 어디에 속하고 있는가? 동의하기가 쉽지 않지만, BMI 는 18.5-25일때 이른바 정상 이라고 하며, 25이상이면 과체중, 30이상이면 비만이라고 구분한다. (더욱 동의하기가 어렵지만, 아시아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더 적은 범위를 정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정상범위가 아닌 저체중, 과체중, 그리고 비만의 카테고리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면 여러가지 각종 질병의 위험이 높고,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비만이 여러가지 성인병들의 위험적 요소라는 것은 굳히 반복할 필요는 없을만큼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대략 35.7%가 비만이다. 삼분의 일이 넘는 인구가 과체중도 아닌 비만이라는 것이고, 과체중과 비만의 사람들을 합하면 전체인구의 68.8%, 즉 거의70퍼센트에 가깝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굳이 BMI 18.5-25 라는 범위를 '정상(보통)'이라고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소수' 혹은 '비정상' 이라고 해야 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미국의 인구분포상 그렇다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급증하는 비만이 무조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2년전에 기획재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결과를 인용한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비만은 전염병이고, 그 전염병이 나라별로 인종별로, 그리고 사회계급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만을 포함한 건강과 질병의 문제가 나라별, 인종별, 사회경제적 계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굶지않을' 정도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우선 유지해야 최소한의 건강이 확보된다. '굶지않는' 수준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확보되면 그 때부터는 조금 다른 수치들이 동원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그 사회 내의 불평등의 수준이 어느정도 되느냐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 (이런 연구는 주로 영국에서 많이 시행되고, 미국의 경우는 자신들 국가안의 인종별 이슈에 주로 치중하는 편이다). 일본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쪽의 국가들이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것은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덜한것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울러 미국내의 50개주별 비만의 정도를 살펴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이른바 사회경제적으로 하위계층이 많고, 경제불평등이 심한 미국의 남부의 비만율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난다.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한 특정 인종의 사회내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미국내에서는 전반적인 흑인의 건강수치가 아주 좋지않게 나타난다. 사회경제적인 요소 외에도 인종차별과 같은 요소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도 이미 많이 나와있다. 한편, 여기서 같은 소수 인종이지만 히스패닉과 아시안은 흑인과 조금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경제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부자가 건강하고 날씬하고 오래살고,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이 좋지않고 뚱뚱하며 오래살지 못한다. 여기서 부자란 단순히 돈이 많다기 보다는, 돈이 충분하게 있기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확보되며,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사먹고 해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며, 의식주로 인해 위협받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날씬하고 오래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력이 없다. 인스탄트 음식이 가장 저렴하고 유기농식품은 비싸다. 운동을 따로 시간을 내어 할 수도 없다. 아울러 육체적으로 위험한 일을 할 가능성도 높고, 기본적인 의식주가 보장이 되지 않기에 그로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심한경우에는 우울증을 동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황사도 강남은 비껴간다.' 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환경처리를 하는 시설이 강남이 인구대비 제일 많다고 한다. 또한 건강한 사람도 가장 많다. 뚱뚱한 사람들도 적다. 비만율을 서울의 구별로 나누어 조사해보면 강남 3구의 비만율이 다른 곳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온다. 게다가 서울시내의 초중고생의 평균 비만율에서도 역시 강남3구가 가장 낮은 편이다. 황사만 강남을 비껴가는 것이 아니라 비만도 강남은 비껴간다. 강남에는 뚱뚱한 사람이 없다.
사진출처: http://is.gd/YYHfZe
공공보건학에서는 비만이 epidemic(유행성 전염병)이라고 말한다. 위에 소개했던 세계보건기구의 조사결과에 대한 신문기사에서도 비만이 세계적 전염병이라고 했다. 전세계 인구의 50프로가 비만이 될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이지만 (전세계의 인구 50프로가 비만인구가 되면 드디어 필자의 세상이 오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비만이 기존의 호흡기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고, 사회경제적으로 "차별적"으로 전염되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할 문제이며 사회복지와 공공보건의 관점으로 풀어야할 과제이다. 단순히 개인이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이글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sanggon-nam/story_b_49684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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